우리 살림집의 원형을 찾아서
서울, 고성, 삼척, 공주, 아산, 전주, 무안, 구례, 나주, 담양, 목포, 보성, 순천, 경주, 고령, 대구, 봉화, 성주, 안동, 영양, 서귀포. 모두 한옥마을 또는 전통마을이 조성된 곳들이다. 전통 주거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편으로는 지자체들의 지역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한옥 열풍이 불고 있다. 한옥을 지으면 국가에서, 시에서, 도에서 지원금을 주기까지 한다. 문제는 한옥을 짓는 사람들의 인식 부족, 지자체들의 졸속 행정으로 인해, ‘전통’인지 ‘현대’인지, ‘한식韓式’인지 ‘중식中式’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을 한 집들이 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조성된 한옥마을을 찾아간 사람들이 이것이 우리 전통문화라고 알고 또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의식주 문화 중 하나인 한옥은 소중한 전통문화유산이다. 그렇다면 그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전통가옥 문화재들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전통가옥’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선행된 후에 이를 토대로 한 오늘의 다양한 한옥문화가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 선보이는 이 책 『한옥』은 우리 전통 살림집의 원형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 책은 국가 지정 중요민속문화재 가운데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특색을 잘 보여 주는 집을 지역별, 시대별, 형식별로 종합하여 70건을 선정하고, 주로 해당 가옥의 면모를 담은 사진을 중심으로 간략한 역사와 특징을 소개함으로써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참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즉 전통가옥의 원형을 기록한 ‘우리 시대의 한옥 도감’이라 할 수 있다.
한옥 문화재의 현주소
한옥은 우리 고유의 생활에 알맞게 지어졌으며, 한편으로는 각 지역 고유의 자연적 인문적 환경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리하여 한 채의 집에는 그 안에서 생활했던 집 주인의 생활상과 취향은 물론 안목과 철학이 깃들어 있으며, 식구들의 손때가 곳곳에 묻어 있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사람에게 인격人格이 있듯이 집에도 가격家格이 있다고 여겨 집을 하나의 주체로 간주하기도 했다. 한 가옥의 역사는 그 건축물의 역사일 뿐 아니라 그곳에 살았던 사람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집이라는 특성상 사람이 거주해야 온전히 보존되는데, 현대생활과 맞지 않는 구조 탓에 요즘 식으로 개조하여 훼손되는 경우도 있고, 거주하지 않아서 방치된 채 훼손되는 경우도 있다. 보수나 수리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옥을 지을 때도 전래의 방식으로 지어야 하듯이 보수나 수리 역시 옛 방식에 따라야 하나, 문화재 관리 정책의 졸속행정으로 인해 ‘인위적 훼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교장 출신의 엮은이 이기웅은 “우리나라 문화유산들이 어떤 얼굴, 어떤 차림을 하고 있는지 지혜로운 눈으로 바라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하면서 “문화재를 유지 보수 관리했다는 말은 그 문화재를 끊임없이 손상시켜 온 과정”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문화재 관리 정책의 끊임 없는 관심과 남다른 지혜가 절실하다. 이처럼 전통가옥의 예스런 맛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나, 지금의 상태나마 잘 보존하는 것이 큰 과제이기에, 이같은 책을 통해 기록으로 남기는 데에 이 책 발간의 의의가 있다.
전통가옥의 다양한 얼굴들
이 책은, 지역적으로는 서울, 경기, 강원, 충청, 대구, 경상, 전라, 제주 등을 아우르고 있으며, 시기적으로는 조선 초인 1450년(세종 32년)에 건립된 경북 봉화의 쌍벽당雙碧堂으로부터 조선 말인 1885년(고종 22년)에 건립된 충북 충주의 윤민걸尹民傑 가옥과 일제강점기인 1912년에 건립된 전남 무안의 나상열羅相悅 가옥, 그리고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해방 후 1947년에 건립된 경북 청송의 창양동 후송당後松堂까지, 약 칠백 년간에 걸친 전국의 전통가옥을 고르게 소개하고 있다.
이 가옥들의 대부분이 기와집이지만, 서천의 이하복李夏馥 가옥이나 부안의 김상만金相万 가옥 같은 초가집도 있다. 민속마을 내에 위치한 순천 낙안성樂安城의 김대자金大子 가옥이나 서귀포 성읍城邑마을의 고평오高平五 가옥도 초가집이다. 또 삼척의 너와집은 얇은 돌조각과 나뭇조각을, 굴피집은 참나무의 두꺼운 껍질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울릉도의 나리동 투막집이나 봉화의 까치구멍집 등은 산골마을 주민들의 독특한 주거 형태를 보여 주는 것으로, 그 희귀성과 역사성, 지역적 특성에서 주목되는 가옥이다.
이러한 전통가옥들은 건립 당시 집 주인들의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력에 따라서도 그 건축적 성격을 달리한다. 이 책에 실린 집 주인들의 신분은 양반 출신의 지방 유력자들이 대부분인데, 조선 성종 때의 학자 정여창鄭汝昌의 고향에 건립된 함안 일두一蠹 고택, 숙종 때의 학자 윤증尹拯이 건립한 논산 명재明齋 고택 등이 대표적이며, 특수층과 관련된 가옥으로 단종의 숙부 금성대군錦城大君을 모신 서울 진관동의 금성당錦城堂, 영조의 막내딸 화길옹주和吉翁主의 살림집으로 지은 남양주시 궁집, 대통령이 태어난 아산 윤보선尹潽善 생가, 근대 서정시인 김윤식金允植이 태어난 강진 영랑永郞 생가 등은 시대의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의 자취를 그 안에 품고 있다. 또한, 강릉 선교장船橋莊이나 구례 운조루雲鳥樓 등은 안채와 사랑채는 물론 행랑채와 연못까지 갖춘 대장원大莊園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가치와 품격을 한층 더 높여 주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은 문화재를 전문으로 다뤄 온 서헌강과 주병수 사진가가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 찍은 것이다. 서헌강은 문화재 촬영 중 ‘민속’과 관계된 촬영이 가장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전통가옥은 “대부분 흑갈색조를 띠며 스스로 움츠려 있어… 그 녀석들을 빛으로 달래고 카메라 테크닉으로 어르면서 움츠렸던 가슴을 펴게 하면 그제야 서서히 얼굴을 내민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그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우리 전통가옥의 얼굴들을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살려내었다.
한편, 본문에서 다루지 못한 그 밖의 중요민속문화재 가옥들은 책 끝 ‘부록 1’에 대표적인 사진 한 장으로 보여 주는 목록으로 처리했으며, 전통가옥 또는 전통건축 공간에서의 사람들과 삶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일부라도 보여 주기 위해, 전통 공간에서 행해지는 제례祭禮 풍경 사진들을 ‘부록 2’로 수록했다. 이는, 이 공간들이 박제화한 곳이 아니라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자 한 것이다.
올해는 선교장 열화당이 건립된 지 이백 년 되는 기념의 해여서 이 책 출간의 의미가 남다르다. 또한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와 열화당책박물관이 공동으로 2016년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의 특집인 ‘한옥’ 전시에 출품할 특별 출판물로 이 책을 여러분 앞에 내놓는다.
언론매체 기사
연합뉴스
이기웅 (편자)
이기웅(李起雄)은 1940년생으로 강릉 선교장(船橋莊)에서 자라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1960년대 중반 일지사(一志社) 편집자로 출판계에 몸담은 이래 1971년 열화당(悅話堂)을 설립하여 우리나라 미술출판 분야를 개척해 왔다. 1988년 몇몇 뜻있는 출판인들과 함께 파주출판도시 추진을 입안하면서 그 조직의 책임을 맡아 사반세기 동안 출판도시 건설에 힘써 왔다. 한국일보 백상출판문화상을 십여 차례 수상했고, 출판학회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중앙언론문화상, 가톨릭 매스컴 대상, 한국건축가협회상 특별상, 인촌상(仁村賞), 한국미술저작·출판상, 21세기대상 특별상, 자랑스러운 ROTCian상, 우현상(又玄賞), 동곡상(東谷賞) 등을 수상했으며,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올림픽조직위원회 전문위원, 서울예술대학 강사, 『출판저널』 창간편집인,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출판유통주식회사 설립 운영위원장,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주빈국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2014 세계문자심포지아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열화당 대표, 파주출판도시 명예이사장,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이사장, 무형유산창조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다. 저서로 『출판도시를 향한 책의 여정』1·2(2001, 2012), 사진집으로 『세상의 어린이들』(2001), 편저서로 『의리를 지킨 소 이야기』(2007),『한국의 전통가옥』(2015), 편역서로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2000, 개정판 2010) 등이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 (증보 2판)
- Hanok
- Hanok
- 출판도시를 향한 책의 여정
- 백영수의 1950년대 추억의 스케치북
- 내친구 강운구
-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
- 의리를 지킨 소 이야기
- 세상의 어린이들
서헌강 (사진)
서헌강(徐憲康)은 충남 천안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했다.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 사진기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고교생활」(1986), 「보트피플」(1989), 「에이전트 오렌지」(1994), 「인간문화재 얼굴」(2003), 「신들의 정원」(2011) 등 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국보대관』 『문화재대관』 『조선왕릉』 『종가의 제례와 음식』 등 문화재 관련 사진작업에 참여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 Hanok
- Hanok
- 녹우당
주병수 (사진)
주병수(朱柄秀)는 서울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국보대관』 『문화재대관』 『한국의 제사』 『중요무형문화재 기록』 등의 작업에 참여했으며, 현재 문화재 관련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 Hanok
- Hanok
엮은이의 서문 우리 전통가옥의 자화상 5
A Summary Hanok, The Traditional Abode of Koreans 18
경기 京畿・관동 關東・호서湖西 지역
금성당 26 | 화성 정용채 가옥 30 | 여주 김영구 가옥 34 | 양주 백수현 가옥 38 |
궁집 42 | 강릉 선교장 48 | 삼척 신리 소재 너와집 58 |
삼척 대이리 굴피집 64 | 영동 김참판 고택 68 | 청원 이항희 가옥 72 |
보은 선병국 가옥 78 | 중원 윤민걸 가옥 82 | 괴산 청천리 고가 86 |
음성 김주태 가옥 92 | 단양 조자형 가옥 96 | 논산 명재 고택 100 |
부여 민칠식 가옥 108 |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 114 | 아산 건재 고택 120 |
서천 이하복 가옥 128 | 홍성 조응식 가옥 132 | 서산 김기현 가옥 136
영남嶺南 지역
대구 둔산동 경주최씨 종택 144 | 양동 서백당 148 | 양동 사호당 고택 156 |
양동 수운정 162 | 양동 안락정 168 | 경주 교동 최씨 고택 172 | 하회 북촌댁 176 |
하회 원지정사 182 | 하회 겸암정사 188 | 만운동 모선루 194 |
안동권씨 소등 재사 198 | 안동권씨 능동 재사 202 |
법흥동 고성이씨 탑동파 종택 208 | 청도 운강 고택 및 만화정 212 |
영천 매산 고택 및 산수정 220 | 영양 서석지 226 | 영덕 충효당 232 |
거촌리 쌍벽당 236 | 봉화 설매리 세 겹 까치구멍집 242 | 창양동 후송당 246 |
예천권씨 초간 종택 252 | 의성 소우당 260 | 영주 괴헌 고택 266 |
울릉 나리동 투막집 272 | 창녕 술정리 하씨 초가 276 | 정온 선생 가옥 280 |
합천 묘산 묵와 고가 286 | 함양 일두 고택 292 | 함안 무기 연당 298
호남 湖南・제주濟州 지역
정읍 김동수 씨 가옥 304 | 남원 몽심재 314 | 부안 김상만 가옥 320 |
구례 운조루 324 | 낙안성 김대자 가옥 330 | 나주 홍기응 가옥 334 |
나주 남파 고택 338 | 화순 양승수 가옥 342 | 보성 문형식 가옥 346 |
보성 이용욱 가옥 350 | 보성 열화정 356 | 장흥 존재 고택 360 |
무안 나상열 가옥 364 | 해남 윤두서 고택 368 | 해남 윤탁 가옥 374 |
영광 연안김씨 종택 380 | 강진 영랑 생가 388 | 성읍 고평오 가옥 392 |
성읍 이영숙 가옥 396
부록 1 그 밖의 가옥들 401
부록 2 전통공간에서의 제례 풍경 413
사진가의 말 문화재 기록을 위한 참된 방법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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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살림집의 원형을 찾아서
서울, 고성, 삼척, 공주, 아산, 전주, 무안, 구례, 나주, 담양, 목포, 보성, 순천, 경주, 고령, 대구, 봉화, 성주, 안동, 영양, 서귀포. 모두 한옥마을 또는 전통마을이 조성된 곳들이다. 전통 주거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편으로는 지자체들의 지역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한옥 열풍이 불고 있다. 한옥을 지으면 국가에서, 시에서, 도에서 지원금을 주기까지 한다. 문제는 한옥을 짓는 사람들의 인식 부족, 지자체들의 졸속 행정으로 인해, ‘전통’인지 ‘현대’인지, ‘한식韓式’인지 ‘중식中式’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을 한 집들이 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조성된 한옥마을을 찾아간 사람들이 이것이 우리 전통문화라고 알고 또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의식주 문화 중 하나인 한옥은 소중한 전통문화유산이다. 그렇다면 그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전통가옥 문화재들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전통가옥’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선행된 후에 이를 토대로 한 오늘의 다양한 한옥문화가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 선보이는 이 책 『한옥』은 우리 전통 살림집의 원형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 책은 국가 지정 중요민속문화재 가운데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특색을 잘 보여 주는 집을 지역별, 시대별, 형식별로 종합하여 70건을 선정하고, 주로 해당 가옥의 면모를 담은 사진을 중심으로 간략한 역사와 특징을 소개함으로써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참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즉 전통가옥의 원형을 기록한 ‘우리 시대의 한옥 도감’이라 할 수 있다.
한옥 문화재의 현주소
한옥은 우리 고유의 생활에 알맞게 지어졌으며, 한편으로는 각 지역 고유의 자연적 인문적 환경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리하여 한 채의 집에는 그 안에서 생활했던 집 주인의 생활상과 취향은 물론 안목과 철학이 깃들어 있으며, 식구들의 손때가 곳곳에 묻어 있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사람에게 인격人格이 있듯이 집에도 가격家格이 있다고 여겨 집을 하나의 주체로 간주하기도 했다. 한 가옥의 역사는 그 건축물의 역사일 뿐 아니라 그곳에 살았던 사람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집이라는 특성상 사람이 거주해야 온전히 보존되는데, 현대생활과 맞지 않는 구조 탓에 요즘 식으로 개조하여 훼손되는 경우도 있고, 거주하지 않아서 방치된 채 훼손되는 경우도 있다. 보수나 수리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옥을 지을 때도 전래의 방식으로 지어야 하듯이 보수나 수리 역시 옛 방식에 따라야 하나, 문화재 관리 정책의 졸속행정으로 인해 ‘인위적 훼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교장 출신의 엮은이 이기웅은 “우리나라 문화유산들이 어떤 얼굴, 어떤 차림을 하고 있는지 지혜로운 눈으로 바라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하면서 “문화재를 유지 보수 관리했다는 말은 그 문화재를 끊임없이 손상시켜 온 과정”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문화재 관리 정책의 끊임 없는 관심과 남다른 지혜가 절실하다. 이처럼 전통가옥의 예스런 맛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나, 지금의 상태나마 잘 보존하는 것이 큰 과제이기에, 이같은 책을 통해 기록으로 남기는 데에 이 책 발간의 의의가 있다.
전통가옥의 다양한 얼굴들
이 책은, 지역적으로는 서울, 경기, 강원, 충청, 대구, 경상, 전라, 제주 등을 아우르고 있으며, 시기적으로는 조선 초인 1450년(세종 32년)에 건립된 경북 봉화의 쌍벽당雙碧堂으로부터 조선 말인 1885년(고종 22년)에 건립된 충북 충주의 윤민걸尹民傑 가옥과 일제강점기인 1912년에 건립된 전남 무안의 나상열羅相悅 가옥, 그리고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해방 후 1947년에 건립된 경북 청송의 창양동 후송당後松堂까지, 약 칠백 년간에 걸친 전국의 전통가옥을 고르게 소개하고 있다.
이 가옥들의 대부분이 기와집이지만, 서천의 이하복李夏馥 가옥이나 부안의 김상만金相万 가옥 같은 초가집도 있다. 민속마을 내에 위치한 순천 낙안성樂安城의 김대자金大子 가옥이나 서귀포 성읍城邑마을의 고평오高平五 가옥도 초가집이다. 또 삼척의 너와집은 얇은 돌조각과 나뭇조각을, 굴피집은 참나무의 두꺼운 껍질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울릉도의 나리동 투막집이나 봉화의 까치구멍집 등은 산골마을 주민들의 독특한 주거 형태를 보여 주는 것으로, 그 희귀성과 역사성, 지역적 특성에서 주목되는 가옥이다.
이러한 전통가옥들은 건립 당시 집 주인들의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력에 따라서도 그 건축적 성격을 달리한다. 이 책에 실린 집 주인들의 신분은 양반 출신의 지방 유력자들이 대부분인데, 조선 성종 때의 학자 정여창鄭汝昌의 고향에 건립된 함안 일두一蠹 고택, 숙종 때의 학자 윤증尹拯이 건립한 논산 명재明齋 고택 등이 대표적이며, 특수층과 관련된 가옥으로 단종의 숙부 금성대군錦城大君을 모신 서울 진관동의 금성당錦城堂, 영조의 막내딸 화길옹주和吉翁主의 살림집으로 지은 남양주시 궁집, 대통령이 태어난 아산 윤보선尹潽善 생가, 근대 서정시인 김윤식金允植이 태어난 강진 영랑永郞 생가 등은 시대의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의 자취를 그 안에 품고 있다. 또한, 강릉 선교장船橋莊이나 구례 운조루雲鳥樓 등은 안채와 사랑채는 물론 행랑채와 연못까지 갖춘 대장원大莊園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가치와 품격을 한층 더 높여 주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은 문화재를 전문으로 다뤄 온 서헌강과 주병수 사진가가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 찍은 것이다. 서헌강은 문화재 촬영 중 ‘민속’과 관계된 촬영이 가장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전통가옥은 “대부분 흑갈색조를 띠며 스스로 움츠려 있어… 그 녀석들을 빛으로 달래고 카메라 테크닉으로 어르면서 움츠렸던 가슴을 펴게 하면 그제야 서서히 얼굴을 내민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그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우리 전통가옥의 얼굴들을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살려내었다.
한편, 본문에서 다루지 못한 그 밖의 중요민속문화재 가옥들은 책 끝 ‘부록 1’에 대표적인 사진 한 장으로 보여 주는 목록으로 처리했으며, 전통가옥 또는 전통건축 공간에서의 사람들과 삶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일부라도 보여 주기 위해, 전통 공간에서 행해지는 제례祭禮 풍경 사진들을 ‘부록 2’로 수록했다. 이는, 이 공간들이 박제화한 곳이 아니라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자 한 것이다.
올해는 선교장 열화당이 건립된 지 이백 년 되는 기념의 해여서 이 책 출간의 의미가 남다르다. 또한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와 열화당책박물관이 공동으로 2016년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의 특집인 ‘한옥’ 전시에 출품할 특별 출판물로 이 책을 여러분 앞에 내놓는다.
언론매체 기사
연합뉴스
이기웅 (편자)
이기웅(李起雄)은 1940년생으로 강릉 선교장(船橋莊)에서 자라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1960년대 중반 일지사(一志社) 편집자로 출판계에 몸담은 이래 1971년 열화당(悅話堂)을 설립하여 우리나라 미술출판 분야를 개척해 왔다. 1988년 몇몇 뜻있는 출판인들과 함께 파주출판도시 추진을 입안하면서 그 조직의 책임을 맡아 사반세기 동안 출판도시 건설에 힘써 왔다. 한국일보 백상출판문화상을 십여 차례 수상했고, 출판학회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중앙언론문화상, 가톨릭 매스컴 대상, 한국건축가협회상 특별상, 인촌상(仁村賞), 한국미술저작·출판상, 21세기대상 특별상, 자랑스러운 ROTCian상, 우현상(又玄賞), 동곡상(東谷賞) 등을 수상했으며,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올림픽조직위원회 전문위원, 서울예술대학 강사, 『출판저널』 창간편집인,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출판유통주식회사 설립 운영위원장,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주빈국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2014 세계문자심포지아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열화당 대표, 파주출판도시 명예이사장,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이사장, 무형유산창조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다. 저서로 『출판도시를 향한 책의 여정』1·2(2001, 2012), 사진집으로 『세상의 어린이들』(2001), 편저서로 『의리를 지킨 소 이야기』(2007),『한국의 전통가옥』(2015), 편역서로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2000, 개정판 2010) 등이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 (증보 2판)
- Hanok
- Hanok
- 출판도시를 향한 책의 여정
- 백영수의 1950년대 추억의 스케치북
- 내친구 강운구
-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
- 의리를 지킨 소 이야기
- 세상의 어린이들
서헌강 (사진)
서헌강(徐憲康)은 충남 천안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했다.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 사진기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고교생활」(1986), 「보트피플」(1989), 「에이전트 오렌지」(1994), 「인간문화재 얼굴」(2003), 「신들의 정원」(2011) 등 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국보대관』 『문화재대관』 『조선왕릉』 『종가의 제례와 음식』 등 문화재 관련 사진작업에 참여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 Hanok
- Hanok
- 녹우당
주병수 (사진)
주병수(朱柄秀)는 서울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국보대관』 『문화재대관』 『한국의 제사』 『중요무형문화재 기록』 등의 작업에 참여했으며, 현재 문화재 관련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 Han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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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은이의 서문 우리 전통가옥의 자화상 5
A Summary Hanok, The Traditional Abode of Koreans 18
경기 京畿・관동 關東・호서湖西 지역
금성당 26 | 화성 정용채 가옥 30 | 여주 김영구 가옥 34 | 양주 백수현 가옥 38 |
궁집 42 | 강릉 선교장 48 | 삼척 신리 소재 너와집 58 |
삼척 대이리 굴피집 64 | 영동 김참판 고택 68 | 청원 이항희 가옥 72 |
보은 선병국 가옥 78 | 중원 윤민걸 가옥 82 | 괴산 청천리 고가 86 |
음성 김주태 가옥 92 | 단양 조자형 가옥 96 | 논산 명재 고택 100 |
부여 민칠식 가옥 108 |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 114 | 아산 건재 고택 120 |
서천 이하복 가옥 128 | 홍성 조응식 가옥 132 | 서산 김기현 가옥 136
영남嶺南 지역
대구 둔산동 경주최씨 종택 144 | 양동 서백당 148 | 양동 사호당 고택 156 |
양동 수운정 162 | 양동 안락정 168 | 경주 교동 최씨 고택 172 | 하회 북촌댁 176 |
하회 원지정사 182 | 하회 겸암정사 188 | 만운동 모선루 194 |
안동권씨 소등 재사 198 | 안동권씨 능동 재사 202 |
법흥동 고성이씨 탑동파 종택 208 | 청도 운강 고택 및 만화정 212 |
영천 매산 고택 및 산수정 220 | 영양 서석지 226 | 영덕 충효당 232 |
거촌리 쌍벽당 236 | 봉화 설매리 세 겹 까치구멍집 242 | 창양동 후송당 246 |
예천권씨 초간 종택 252 | 의성 소우당 260 | 영주 괴헌 고택 266 |
울릉 나리동 투막집 272 | 창녕 술정리 하씨 초가 276 | 정온 선생 가옥 280 |
합천 묘산 묵와 고가 286 | 함양 일두 고택 292 | 함안 무기 연당 298
호남 湖南・제주濟州 지역
정읍 김동수 씨 가옥 304 | 남원 몽심재 314 | 부안 김상만 가옥 320 |
구례 운조루 324 | 낙안성 김대자 가옥 330 | 나주 홍기응 가옥 334 |
나주 남파 고택 338 | 화순 양승수 가옥 342 | 보성 문형식 가옥 346 |
보성 이용욱 가옥 350 | 보성 열화정 356 | 장흥 존재 고택 360 |
무안 나상열 가옥 364 | 해남 윤두서 고택 368 | 해남 윤탁 가옥 374 |
영광 연안김씨 종택 380 | 강진 영랑 생가 388 | 성읍 고평오 가옥 392 |
성읍 이영숙 가옥 396
부록 1 그 밖의 가옥들 401
부록 2 전통공간에서의 제례 풍경 413
사진가의 말 문화재 기록을 위한 참된 방법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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